
최근 한국 제조업계에 ‘리쇼어링(Reshoring, 생산기지의 국내 회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인건비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해외 생산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다시 국내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리쇼어링이 실제로 확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높은 인건비와 세 부담, 복잡한 규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리쇼어링은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되자
생산기지를 해외에 두고 있던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특히 반도체·자동차·배터리처럼 공급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국내 생산 거점’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에 정부는 2023년부터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세제 감면과
입지 지원, 규제 완화 정책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실제 국내 복귀 기업 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리쇼어링 신고 기업은 누적 170여 개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에 비해 훨씬 적은 수치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며
‘리쇼어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일본도 정부가 직접 기업의 국내 복귀 비용 일부를 부담하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세제 혜택 규모와 인프라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비해
기업들의 실질적인 이동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 국내 복귀는 단순히 애국심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비용과 경쟁력의 문제다.
국내 인건비는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주요 생산 거점 대비
약 3배 이상 높고, 전력비와 물류비도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 내 환경규제, 인허가 절차,
노동시장 경직성 등 구조적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국내 복귀보다 해외 다변화가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쇼어링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처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는
생산기지의 안정성이 기업 가치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은
핵심 공정을 국내에 두고,
조립 및 후공정을 해외에서 수행하는 ‘분산형 생산’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정부도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이다.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확대,
스마트팩토리 구축 지원,
지방 산업단지 기반시설 확충 등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방 도시 중심의 제조 거점을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실제 기업의 투자 결정을 바꿀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리쇼어링은 단기 정책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재편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세제 인센티브보다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그리고 장기적인 기술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리쇼어링의 성공 여부는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국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생산비가 아니라
기술력, 품질, 안정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리쇼어링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